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거의 방치에 가깝게 냅뒀다가...ㅎ 오랜만에 적는 드라마 리뷰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를 안본건 아닌데... 굳이 리뷰까지 쓰고 싶지 않아서 적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글이라도 쓰고 싶어서 부랴부랴 켰는데, 사실 무슨 내용을 써야할진 아직 모르겠다.
그냥 너무 덕질하고 싶고 후유증이 심하게 남아서 적는 잡담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솔지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우리나라 GL드라마를 봤기에 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로 덕질만 했다..
*주의!! 줄거리나 추천 글이 아닌, 끝까지 감상한 기준으로 적는 리뷰 글이기 때문에 스포가 많습니다. 결말을 보지 않은 작품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끔찍한 한국의 경쟁 사회
일단 초반에 나오는 입시 경쟁에 대해 짧게 얘기하자면, 나는 솔직히 이부분에서 너무 숨이 막혀 당장 드라마를 끄고 싶었다. 아마도 GL요소가 있지 않았다면 여기서 꺼버렸을지도 모른다.
뭐 학업을 중요시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은 덜했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경쟁, 남과의 비교, 타인의 시선 의식에 급급해 내면보다 외면을 우선시하는 그런 환경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져서 토할 것 같았다.
역시나 또 한번 난 참 우리나라랑은 맞지 않는다... 느끼면서 봤는데, 초반에만 그런 묘사가 나올 뿐 진행할 수록 좀더 미스터리에 가까워지고 오히려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기 때문에 괜찮았다. 좀만 더 길었으면 하차했을지도...
그리고 그런 거대한 사회에 깊숙이 들어가면 개인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게 정말 끔찍하다. 드라마에서 대표적으로 제이의 아버지이고. 제이 아빠는 정말로 내 성격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반대의 사람이라... 나올때마다 극혐이었다. 바퀴벌레를 볼때의 기분이랄까?
교묘하게 자기 원하는대로 압박하려고 어린 애기한테 가스라이팅하는 짓이나, (자식이라면 부모의 사랑을 받고싶은게 당연한건데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그리고 당연히 자식을 조건없이 사랑해야하는게 부모인데 그런걸 이용해 일부러 자매들끼리 경쟁하게끔 부추기는거... 너무 토나옴)
1등밖에 모르는 멍청한 사고방식... 축제 장면에서 콜라에 고기도 못먹게하는 통제짓거리를 보고 정말 기분이 안좋았다. 아니, 물론 탄산음료 안좋아서 나도 거의 안먹는데 그래도 그런날에 한번쯤은 먹을 수 있는거잖아?
고작 그거 한번도 허락 못받고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는게 얼마나 정신적으로 아픈 짓인지... 그 안에 있는 스스로는 모를 것이다. 그런 부모들 정말 많다. 본인이 하는 짓이 잘못된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 너를 위한거다 라는 말로 포장하며 원하는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서 역겨웠다.
어릴 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 같은 면모들을 보여줬어도 그렇게 이해가 가진 않았다. 그런 부족한 공감능력과 도라이 같은 짓은 그닥 연관성이 없다고 느껴지는것에 더해 그냥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19금이라 그런지 적나라한 부분도 많았고, 또 너무 거지같은 어른들이 많았다. 근데 또 웃긴게 현실에 그런 나이 값도 못하는 어른들? 정말 많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제이와 슬기는 이미 닳고 닳은 애들이라는거다. 순수하고 아이같고 그런 모습은 없고, 이미 어릴 때부터 안좋은 모습은 다 보고 겪은 애들이라 그런지 그런 환경속에서 버티고, 아무렇지 않게 또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해서 행동하는게 재밌었다. 만약 슬기나 제이가 그런 더러운 사회를 모르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클리셰적인 주인공이었다면 굉장히 진부했을 것이다.
그리고 엔딩 또한 어떻게 보면 마냥 좋지는 않은게, 그런 더러운 사회를 바꿔놓을 순 없는 결과였기에... 제이는 자유를 얻었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제이의 아빠는 감옥도 얼마 살지 않고 나왔고, 여전히 제이를 찾고 있다. 탈출한건 참 다행이나 그것마저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하지만 현실적이어서 더 와닿았다. 평범하게 감방 보내고 하하호호 끝나는 엔딩이었으면 둘이 그렇게 꽁냥대고 끝나면 기분은 좋았겠지만 여운이 오래 남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보면 집착, 어떻게 보면 순애...
제일 적고 싶었던 제이의 사랑방식(?). 정말 처음부터 내내 슬기에게 하는 짓이 집착에 가깝다. 소유욕...? 거의 도라이, 아니 크싸레다. 하지만 그런부분이 참 재밌잖아...
위치추척앱 까는거부터그치만 이건 좀 좋았음, 몰래 미행하고 뭐라고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신경 안쓰고 다정하게 챙겨주는거까지 완전 미친 사람 같다. 특히 코노에 불쑥 들어와서 노래 부르는 부분은 진짜 기이하면서 웃겼다. 보통 그렇게 들어오면 무섭지않낰ㅋㅋㅋ? 알려준적도 없는데 갑자기 들어오면 공포잖아 ;;; 남녀로 치환해서 내용으로만 보면 공포인데 로맨스적인 연출이라 너무 웃겼다.
+나리 화장실에서 나락가는 영상도... 와 진짜 거기서 웃는거 없던 PTSD도 생길지경;;
하지만 그런 제이의 집착이, 오직 슬기한테만 향한다는게 킬포인 것 같다. 타인을 대할 때의 제이의 성격은 음... 정말 무섭고 노답이라서 .. 그 인터뷰였나 배우들 나와서 찍은 영상에서 친구로 지내고 싶다였나 그 부분이 그래서 웃긴 것 같다. 다른 배우분들은 무섭고 안친해지고싶다고 하는데 슬기 배우분만 좋다고 하시는게... 그게 그 차이가 보여섴ㅋㅋㅋ
당연히 슬기 앞에서의 제이 모습은 너무 다정하고 스윗하고 멋있고 예쁘기 때문에 ㅋㅋㅋㅋ 그렇게 생각이 들지만 타인과 있을때 제이는 협박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그닥 친절하지 않아서... 그런 모습만 보던 제 3자가 옆에서 슬기를 대할때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꼴깞으로 보일 듯 하다.
반 친구였으면 팝콘 맛있게 먹었을 듯. 매일매일 교실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하는 모습을 볼텐데 너무 재밌었을 것 같다.
또 그런 집착 속에 숨겨진 순애가 있다. 수능 보라고 응원하면서 비타민이었다 밝히는 부분은 정말 마음 속에 남는 명장면 중 하나다...ㅠㅠ 약이 콘서타치곤 좀 크고 이상하네.. 노란색이라 페니든가 생각했는데 까지만 생각했지 비타민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 부분에서 해맑은 제이의 웃음이 너무 슬프고 따뜻해서 같이 울컥했다.
엔딩은 처음엔 그렇게 좋게 끝난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니 어쨌든 살아있고, 찾아오라는 소리고, 다시 만날거니까 열린결말로 끝났다하더라도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 같다.
근데 왜 수능 전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아직도 의문... 아마도 열쇠고리? 배찌? 떡밥 회수 때문인 것 같은데.. 미리 줘야 의미가 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같으면 설레서 잠도 못자고 수능 망칠듯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슬기는 똑똑하니까.. 잘봤겠지.. 재회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없어서 아쉬우면서도, 엔딩은 또 그렇게 끝나서 여운이 남는거니까 그냥 내가 보고 싶은건 엔딩이 아니고 둘이 붙어서 행복하게 있는 모습이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축제 때까지 로맨스물이라 해도 될만큼 달달하게 있다가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사건에 더 집중적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 마지막쯔음에 그런 장면이 한번만 더 있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축제 때의 연출은 정말 흥미로웠는데, 일반적인 남녀의 로맨스 장면과 흡사해서 재밌었다. 이게 또 굉장히 진부한 장면들인데도 GL로 보니까 새롭더라. 사랑에 빠진듯한 연출도 잘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또 좋았던건 작품에 사건이 있고, 그 사건대로 흘러가면서 곁다리로 GL이 있다는 점. 미드를 보면 이런게 많아서 참 재밌는데 우리나라는 GL이면 피폐하거나, 뭔가 우울하거나, 아님 로맨스에만 치중한 작품이 대다수라 그래서 더 재밌었다. 나는 원래도 GL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였기 때문에 더 재밌게 봤다. 이런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마 안나오겠지...? 정말.. 나와줘서 너무 감사한 작품.
아무튼 정말 재밌게 봤고, 아마도 한 일,이주정도 더 헤맬 것 같다. 부족해... 한번 더 재주행할 예정이다.
드라마가 워낙 지루한 부분이 없고 계속해서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 상태로 다시 보면 새로 보이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 기대중.
+경이 캐릭터가 정말 웃기고 재밌었다. 진짜 감초역할... 없었으면 너무 허전했을 듯. 마지막까지 너무 웃김ㅋㅋㅋ
+맞다 이거 적는거 까먹었는데 서로가 서로의 구원 서사인것도 좋았다. 솔직히 이건 좀 백합물이면 클리셰긴한데 언제나 지루하지않은 소재같음 ㅋㅋㅋ
'드라마&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나쁜엄마' 리뷰 후기. 사랑이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드라마 (0) | 2023.10.25 |
---|
댓글